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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정부'의 실체, 이런걸 우린 예전에 '레임덕'이라 부르기로 했다

투샷아인슈페너 2023. 10. 30. 00:25

https://n.news.naver.com/article/002/0002305688

 

'용산 정부'의 실체, 이런걸 우린 예전에 '레임덕'이라 부르기로 했다[박세열 칼럼]

용산이 한눈 팔면 곧바로 '복지부동'?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 철도 파업이 있었다. 경쟁 효과 '제로'인 SRT와 KTX 통합 요구 등 쟁점들은 있었지만, 이 글에서 논할 주제는 그것이 아니다. 의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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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큰 이슈 없이 철도 파업이 끝났다. 한 간부 출신 조합원에게 희한한 이야기를 들었다. 파업을 시작할 때, 지난해 '화물 노조 파업' 때처럼 정부가 대대적 '노조 때리기'에 돌입할 줄 알고 긴장 속에서 대응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파업 과정에서 국토부 공무원들은 너무나 '젠틀'했고, 노조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진 않았지만, 노조가 내놓은 주장에 귀를 기울이려 애써주는 '진정성'도 보였다는 것이다. 이 간부 출신 조합원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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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노조 때리기'에 관심을 끊자, '노조의 악행'을 뿌리뽑을 것처럼 요란하게 '대통령 지시 사항'을 늘어놓고 엄포를 놓던 공무원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때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 몰두하고 있었고, 국토부 공무원들은 '부드러운 중재'를 위해 '몰래' 뛰어다니고 있었다.

'용산 정부'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대통령이 관심 갖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분야의 공무원들은 혹사당하는 것 같지만, 그것도 한 때 뿐이다. 그때그때 이슈가 있을때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지면, 용산이 분주해지고, 관계 부처 고위 공무원 몇은 크게 질타를 듣고 몇은 현란하게 움직였다. 실무를 다루는 공무원들은 눈치를 보다가 대통령과 용산의 관심이 다른 '카르텔'로 옮겨가면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된다. 이젠 '카르텔'이라는 말도 과거의 유물이 된 것 같다.

 

검사들이 그렇다. 그들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조직이 아니다. 이미 벌어진 일들을 찾아내 조치하고 처벌하는 게 그들의 일이다. 수년 씩 묵은 미제 사건이 즐비해도 새로운 정치인 혐의, 경제인 혐의가 나오면 열일 제쳐놓고 역량을 특수부에 쏟아 넣는다. 한 사건이 일단락되거나 화제성을 상실하면 다른 사건에 눈을 돌린다. 기소 결정 과정도 불투명하다. 어떤 사건은 기소가 가능해 보이지만 미제로 남아있고, 어떤 사건은 기소가 불가능해보여도 기소한다. 검찰총장은 '암막' 뒤에서 이 과정을 미세 조정한다. 유일하게 대통령이 경험한 조직이 '검찰 조직'이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부처를 '검찰 조직'처럼 다루고 모든 이슈를 검사처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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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스테핑은 없어진지 오래고, 이후엔 그 흔한 기자회견 한 번을 하지 않았다. 간간히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의 워딩이 신문과 방송을 메우는데, 목소리는 있으되 형체는 불분명하다.

감사원, 검찰, 법무부, 경찰, 방통위, 이런 조직들에만 과한 관심이 쏠린다. '적폐 청산'의 선두부대다.(이 글에서 전쟁 용어를 사용하는 건 이 정부가 많은 것을 '전쟁'에 비유하기 때문이니 양해를 바란다.) 일을 할 수 있는 조직만 '공격적'으로 굴리는데, 그 대상은 '적폐 청산'에 그치고, 삶은 팍팍해지는데 살림살이 나아질 '비전'은 안 보인다. 과거를 들추고 쑤셔대다, 급기야 1920년대 소련 공산당에 가입한 홍범도를 부관참시하는데, 어느 국민이 이 정부를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을 발목잡힌 정부로 보겠는가. 현란한 칼춤의 칼끝만 부각될 뿐이다.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긴 것은 이 정부의 두고두고 상징이 될 것이다. 용산에 우뚝 선 '그들만의 리그'는 국정 전반을 다루는 방식에서 실패하고 있다. 곧 있으면 총선이다. 용산에서 '철새'들이 국민의힘으로 대거 날아들 것이다. 그러면 용산에 새로 입성한 참모들은 또 다시 업무를 파악하고 인수인계에 골몰할 것이다. 대통령은 장관 대신 '용산 출신 차관'을 내려보내 부처를 통솔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잘 되는 것 같진 않다), '용산 정치인'들을 의원으로 만들어 국회에 '내려보낼' 수는 없다. 철학 없는 정책, 준비 없는 대책이 남발된다.

이런 총체적 상황을 우리는 '레임덕'이라고 부르기로 과거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너무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