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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국회권력을 독점한 상황에서는 ‘탄핵 인플레이션’이라 할 정도로 정치적 활용이 빈번해졌다. ‘탄핵’제도 고유의 본질은 훼손되고 정치적 도구로 소모되는 현실을 우리 국민은 목도하고 있다.
탄핵제도가 정치적으로 활용가능한 이유는 헌법 제65조 제3항 및 헌법제판소법 제50조에 근거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 의결을 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대상자는 업무에서 배제된다. 손발을 묶어 두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국회의결 절차를 이용한 정치적 공격이 가능한 것이다. 당직자가 기소만 되더라도 당무정지를 규정한 자기 당헌에도 극도의 반감을 드러내는 민주당이, 탄핵소추만으로 직무가 정지되는 이 조항들을 즐기는 행태는 참 아이러니다.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는 것은 이재명의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 만약 조금이라도 탄핵인용의 기대를 한다면 청구서 내용에 심혈을 기울일 것인데 여러 현상을 보면(심지어 다른 사건 청구서를 복사해 붙일 정도로 무성의하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그들도 탄핵인용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방증이고, 탄핵제도를 단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자백이라 볼 수 있다. 그들에게 탄핵제도는 공직자의 업무를 중단 시키는 수단일 뿐이다.
직무정지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있을 때까지이다. 그런데 탄핵이 기각 되면 대상자들은 직무복귀를 한다. 탄핵인용이 어렵다는 것은 민주당도 안다. 따라서 탄핵의 정치적 목표를 극대화시키기 싶은 민주당으로서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지연 시키고 싶은 유혹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이것과 관련된 것이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이다.
위 조항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서는 7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그런데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이 내일(10월 17일)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이후에는 6인의 재판관만 남게 된다. 심리 정족수인 7명에서 한 명이 부족하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3인, 국회가 선출한 3인, 대법원장 추천한 3인으로 구성된다(헌법 제111조). 그 중 이번에 퇴임하는 3인은 공교롭게도 국회 선출 대상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이를 놓칠 리 없다. 국회의 선출 절차를 지연시키면 헌법재판관의 심리정족수 미달 상태가 지속되고 헌법재판소는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탄핵 대상자들에게는 기약 없는 직무정지가 계속 된다. 이재명 재판에서는 친이재명 성향의 판검사가 담당할 때까지 소추의결을 반복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그동안 국회는 헌법재판관 3명을 여야가 각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한 명은 협의로 정했다.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은 이러한 관례를 깨고 자신들이 2명을 추천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요구의 노림수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이 요구가 관철 되면 헌법재판관 구성에서 민주당의 영향을 높일 수 있고, 관철되지 않으면 국회의 헌법재판관 추천은 파행이 불가피해 헌법재판소 업무를 기약 없이 마비시킬 수 있다. 꽃놀이패가 주어진 것이다. 이재명에게 눈엣가시인 판사와 검사를 탄핵소추 하여 즉시 직무를 정지시킨 후 헌법재판소의 심리정족수 충족을 막아 무기한 직무정지 상태를 야기하는 것, 가장 이재명과 민주당다운 발상이 아닌가?
이 전략은 내부적으로 신의한수라고 여겨졌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단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의 무력화 시도를 헌법재판소가 긴급히 방어하는 모양새가 연출 되었다. 헌정마비를 방지하고자 하는 헌법재판소의 대척점에 민주당이 놓인 형국이다. 당장은 이 구도가 위협적이지 않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적어도 헌법재판과 관련해서는 향후 민주당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기관이며 헌법기관은 국가가 작동하는데 필요한 신체기관과 같다. 의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의 국회에서의 몽니가 헌법재판소 마비의 위험을 향했던 것은 분명하다. 이는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 국가는 수단이자 볼모라는 사실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이 정치라지만 그래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대통령과 정부가 최악의 무능과 부조리에 뒹굴고 있다 보니, 이재명의 민주당은 쉽게 그 반사효과를 누리며 기고만장 하고 있다. 그러나 선을 넘은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그 정도의 자정력은 남아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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